
KPSNEWS 김채경 기자 |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기획전 《입는 존재》를 3월 19일부터 6월 28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개최한다.
‘무엇을 입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일상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규범과 시대적 맥락, 개인의 정체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입는 존재》는 일상에서 가장 익숙한 행위 중 하나인 ‘입기’를 통해 그 안에 얽힌 다양한 사회적ㆍ문화적 의미를 조망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김준, 니키 리, 마사 로슬러, 박영숙, 서도호, 송상희, 안창홍, 연진영, 오형근, 윤정미, 이원호, 이형구, 잉카 쇼니바레, 제임스 로젠퀴스트, 차영석, 후유히코 타카타 총 16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다.
사진,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된 54점의 작품은 ‘입는 행위'를 둘러싼 구조를 역사적 맥락, 소비사회와 대중문화 그리고 신체의 확장과 산업 구조 측면에서 살펴본다. 20세기부터 동시대에 이르는 폭넓은 시기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은 무심코 선택하고 입었던 옷에 겹쳐 있는 다양한 의미와 맥락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2전시실은 잉카 쇼니바레, 후유히코 타카타, 이원호, 오형근, 박영숙, 서도호 작가의 작업을 통해 옷과 외피를 통해 역사와 제도, 사회적 시선이 개인의 몸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잉카 쇼니바레의 '케이크 키드'(2014)는 장식적인 직물 이미지와 어린아이의 형상을 통해 유럽 식민주의 역사에 내재한 폭력과 욕망의 구조를 드러낸다. 이원호의 'Everblossom Ⅱ'(2009)는 일제강점기에 보급된 왜바지를 쌓아 올린 설치 작품으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노동복의 존재를 조명한다. 후유히코 타카타의 '컷 슈트'(2023)는 일본 샐러리맨 문화의 상징인 정장을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담은 작업으로, 옷과 사회적 규범의 관계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오형근의 '아줌마'(1997(2000 인화)) 연작은 중년 여성의 옷차림과 화장, 장신구 등 외양과 ‘아줌마’라는 사회적 호명이 결합하면서 중년 여성이 어떠한 집단적 이미지로 읽히는지 드러내는 사진 작업이다. 한국의 1세대 여성주의 사진가 박영숙의 '헤이리 여신 우마드'(2004)는 연출된 여신의 외양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이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마지막으로 서도호의 'Some/One'(2001)은 수천 개의 인식표로 구성된 갑옷 형상의 작품이다. 갑옷의 텅 빈 내부는 개인의 존재를 지우는 집단의 구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 관계를 드러낸다.
3전시실은 소비사회와 대중문화 속에서 옷과 외피가 정체성, 욕망, 사회적 규범과 맺는 관계를 조명한다. 니키 리, 김준, 안창홍, 윤정미, 송상희, 제임스 로젠퀴스트, 마사 로슬러, 차영석의 작업과 더불어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 오브제를 볼 수 있다. 니키 리의 '프로젝트'(1997-2001) 연작은 작가가 특정 집단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그에 따라 변화하는 외형을 기록한 사진 연작으로, 정체성이 얼마나 쉽게 연출되며 가변적인지를 보여준다. 김준의 'Bird Land_Lacoste'(2013)는 나체의 신체 위에 의류 브랜드의 로고를 문신으로 가득 채운 사진 작업으로, 소비 사회의 질서가 개인의 몸에 각인되는 상황을 시각화한다. 안창홍의 '유령패션'(2021-22) 연작은 신체를 잃고 화려한 옷만 남은 이미지를 그려내어 패션산업을 구동하는 욕망의 허상을 드러낸다. 윤정미의 '핑크 & 블루 프로젝트'(2006)는 각각 분홍색과 파란색 물건들로 가득한 어린이들의 방을 촬영한 사진 연작으로, 색채에 부여된 성별 규범이 일상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 보여준다. 송상희의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2001) 연작은 신체를 강압적으로 교정하고 제한하는 착용 기구를 제시해 ‘착한 딸’이라는 규범이 작동하는 사회적 조건을 드러낸다.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종이옷'(1998)은 전통적인 남성 정장의 형태에 종이의 일회성을 결합해 옷이 표상하는 사회적 지위를 유희적으로 비튼다. 마사 로슬러의 '마사 로슬러 보그를 낭독하다'(1982)는 작가가 패션지 『보그』의 페이지를 넘기며 무심한 목소리로 발화를 이어 나가는 영상 작업이다. 이를 통해 화려한 패션 이미지를 둘러싼 산업 구조를 노출함으로써 ‘입는다’는 행위 이면의 것을 생각하게 한다. 'The Souper Dress'(1967-68)은 캠벨 수프 컴퍼니가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 이미지를 드레스에 인쇄한 판촉물이다. 기업의 홍보를 위해 제작한 이 옷은 입는 행위마저 소비사회의 질서로 편입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차영석의 'Mashup'(2022) 연작에서 작가는 오늘날 일상적인 소비재이자 사치재가 된 운동화를 집요한 관찰과 세밀한 선묘로 재현하며, 그 욕망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지막 4전시실에서 이형구는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신체의 확장 가능성을 그리고 연진영은 끊임없이 생산, 소비하고, 결국 잉여를 만들어내야만 유지되는 현대 산업 구조를 뒤튼다. 이형구는 'MEASURE'(2014), 'Eye Trace'(2010)을 통해 몸에 착용하는 장치를 매개로 신체의 작동 범위를 재설정하고 조정하는 그의 작업은 인간과 비인간, 신체와 기계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신체와 움직임의 확장 가능성을 질문한다. 연진영은 키링, 감시 카메라와 같은 현대 사회의 산물들을 재구성한 신작 '키링의 사원'(2026), '경량 감시 유닛'(2026), '입혀지는 우리는'(2026), '외피를 따르는 것들'(2026)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소비해 온 물질 이면의 의미와 그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수원시립미술관 남기민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선택하고 입었던 옷에 사실은 얼마나 다양한 의미와 맥락이 겹쳐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